이동헌 충남대병원 의공학과 교수는 “임상 의사로부터 공동연구 제안이 자주 오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24일 더메디컬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인공지능(AI) 연구를 하는 전문가가 다른 분야에 비해 의료 분야에는 많지 않다. AI 기술이 먼저 돈이 되는 산업 분야로 쏠려있다. 의료 분야에 더 많은 AI 연구자들이 육성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임상 의사들과 진행 중인 공동연구 주제는 20가지가 넘는다. 이 교수 연구실은 충남대학교병원 옆에 있는 의과대학 건물 1층에 있다. 연구실 한 쪽 벽면에는 연구 진행 상황을 ‘developing(개발 중)’ ‘analyzing(결과 분석 중)’ ‘writing(논문 작성 중)’ 3단계로 분류해서 표시해 놓았다.


◇2023 MICCAI 그랜드 챌린지란?=이 교수를 만난 건 그가 참여한 팀이 의료영상컴퓨팅 분야의 세계최고학회가 주최한 대회에서 입상했기 때문이다. 학회 이름은 ‘의료 영상 컴퓨팅 및 컴퓨터 지원 중재(Medical Image Computing and Computer Assisted Interventions, MICCAI)’이고, 학회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지난 10월 8~12일에 열렸다. 이 교수는 “임상의도 참가하나, 공학 분야 학회라서 공학자가 많이 참석한다”라고 말했다. 의료영상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학회는 북미영상의학회(RSNA)다. 매년 11월 말에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고 영상의학 분야의 임상의가 많이 참석한다.


이 교수팀(오지은 박사, 백종탁 연구원, 이동헌 교수)은 ‘저선량 CT 인식 이미지 품질 평가 Grand Challenge(LDCTIQAC) 2023’에 참가했다. 저선량 CT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복원하는 AI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내용으로, 대회는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진행되었다. 그의 팀은 최종 4위를 기록했다. 이 교수 설명을 옮겨본다.


“환자에게 많은 양의 방사선을 쪼이면 CT 이미지 해상도가 좋아지지만, 환자에게 유해한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환자가 적은 양, 즉 저선량 CT를 찍으면 이미지 해상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저선량 CT 이미지를 AI 기술을 이용하여 고해상도 이미지로 생성하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LDCTIQAC는 2016년에 첫 대회가 열린 이래로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AI 기술이 해마다 발전하면서 저선량 CT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복원하는 기술도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AI가 생성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때, 수치는 높게 나오나, 방사선 전문가가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번 챌린지에서는 참가한 AI 모델을 여러 가지 평가 방법으로 점수를 계산했을 뿐 아니라, 방사선사가 평가한 점수와도 비교, 출품된 AI 모델에 순위를 매겼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연구진과 공동연구=대회에는 저선량 CT 복원 연구 경험이 있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첨단 의료 컴퓨팅 및 분석센터(Center for Advanced Medical Computing and Analysis, CAMCA) 김경상 교수의 제안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김경상 교수가 AI 모델 성능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냈고, 이 교수 팀이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실험을 하였다. AI 모델을 개발하여 대회 웹사이트에 제출하면 바로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중간 성능 결과는 좋지 않았고, 점차 알고리듬을 고도화했다. 최종 모델은 4위를 달성하였고, 이 교수는 “노력 대비 괜찮은 성과”라고 자평했다. AI 결과와 함께 제출한 초록은 MICCAI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출판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봄 보스턴의 하버드 의과대학을 방문,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이후 마취통증의학과 홍부휘 교수와 매달 하버드대학교 연구자와 온라인 미팅을 하며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충남대병원 빅데이터 센터=그는 충남대병원 빅데이터센터 부소장이기도 하다. 그는 “병원에는 임상 데이터가 산재하고, 연구에 적합한 형태로 처리 과정을 거치면 할 수 있는 연구는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했다. 충남대병원 빅데이터센터는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 빅데이터 연구를 지원하고, 타 병원들과 함께 데이터를 구축하는 과제들을 하고 있다. 의료데이터중심병원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그밖에 카카오브레인의 흉부 엑스선 이미지와 판독지를 이용한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도 참여하였다.


 ◇대장 내시경 사진 AI 판독 연구=이 교수가 개인적으로 임상의사들과 협력해서 연구하는 건 무엇이 있나? 20여 개 중에서 한 두 개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교수는 “대장 내시경 영상을 AI 기술로 분석하는 몇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는 대장 내시경으로 발견한 용종 종류를 판단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대장내시경을 하면서 용종을 떼어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한다. 선종(adenomatous polyp)은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떼어내야 하지만, 과증식성 용종(hyperplastic polyp)은 놔두어도 무방하다. 국내에서는 용종을 일단 발견하면 떼어내는 편이지만, 미국에서는 용종 종류를 까다롭게 따진다. 떼내는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고액의 병리 검사 비용이 발생, 환자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박사과정 때(서울대 공과대학 협동과정 바이오엔지니어링 전공, 지도교수 김희찬)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진은효 교수와 공동연구를 한 바 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22명이 연구에 참여하였고 숙련도에 따라 세 그룹(초보자(전임의)와 내시경 전문가, 그리고 NBI 내시경 교육을 수료한 전문가)으로 구분하였다. 각각의 그룹은 환자 300명의 대장 용종을 진단하였고 AI가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실험하였다. 그 결과 정확도가 초보자 그룹은 73.8%에서 85.6%로 올라갔고, 전문가 그룹은 83.8%에서 89%로, NBI 내시경 교육을 수료한 전문가 그룹은 87.6%에서 90.2%로 올라갔다. 이 교수는 “특히 AI가 내시경 초보자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의사가 전문가가 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데 AI를 트레이닝 목적으로 활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2020년 소화기학 분야의 최상위 학술지(Gastroenterology)에 실을 수 있었다. 논문은 출판된 후 에디토리얼(editorial)에서 언급되며 주목받았고, 서울대의대의 ‘이 달의 연구(SNU Medicine Research of the Month)’로 선정됐다. 우수 의생명학 분야 논문 추천 사이트인 한빛사에도 소개되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더메디컬과 만나기 이틀 전 서울에서 열린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학술대회에서 ‘대장내시경인공지능 연구 동향’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학회 발표에서는 최근의 연구 내용도 일부 발표했다. 의료진의 대장내시경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베이지안 심층학습’ 기술을 적용했다. 실제 임상에서는 판단이 애매한(uncertain) 용종이 있기 때문에 AI도 ‘잘 모르겠다’고 판단하도록 ‘불확실성’을 정량화하는 연구다. 이 연구 역시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진은효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하였고 논문을 작성 중에 있다.


◇임상의사들과의 공동연구=충남대병원과는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성형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위장관외과, 내분비내과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는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피부과와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이 교수는 “나는 AI 코어(core)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아니라 ‘AI + X’를 연구하는 연구자이다. 이때 X는 응용 분야를 의미하는데, 내 경우에 X는 의료다”라며 “임상에는 아이디어가 있고 데이터도 있지만, 함께 연구할 AI 전문가가 부족하다.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AI 연구자들이 더 많이 육성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 더메디컬(https://www.themedical.kr)